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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공의 수련 개혁, 해외 모방 아닌 한국형 해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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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공의 수련 개혁, 해외 모방 아닌 한국형 해법으로
기자명이재헌 웨스턴 슐릭의대 교수- 입력 2025.08.11 09:31
- 댓글 1
이재헌 캐나다 웨스턴 슐릭의대 정신과 교수
최근 전공의 복귀와 함께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 표면 아래에는 오래전부터 누적되어 온 전공의 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갈등의 해결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 전공의 수련과 교육의 방향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칼럼] 전공의 수련 개혁, 해외 모방 아닌 한국형 해법으로 (3) [칼럼] 전공의 수련 개혁, 해외 모방 아닌 한국형 해법으로 (3)](https://i0.wp.com/cdn.docdocdoc.co.kr/news/photo/202508/3030837_3033599_2614.png)
나는 한국에서 의대 교육과 수련을 마친 뒤, 수년간 지도전문의와 임상교수로 전공의 교육에 참여했다. 현재는 캐나다 웨스턴 슐릭의대(Schulich School of Medicine & Dentistry at Western University)에서 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부임 3년 만에 전공의들이 선정한 ‘올해의 임상 슈퍼바이저’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교수로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의료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과 캐나다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철학과 교육관에서 얼마나 근본적으로 다른지 절감했다.
캐나다에서는 진료 외에 교육을 연구만큼 중요한 책무로 여기며, 임용과 승진 과정에서 교육 기여도가 핵심 평가 항목이 된다. 교육에 투입한 시간과 성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교육은 자율적 봉사가 아니라 전문적 책임으로 부여된다. 이러한 교육 철학과 운영 방식 속에서, 나는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는 이렇게 한다’는 단편적 사례만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일하며, 한국 전공의 교육의 강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전공의들은 짧은 수련 기간 안에 방대한 진료량과 다양한 증례를 경험하고, 위기 상황 임상 대응력과 실무 능력을 빠르게 습득한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도 환자 중심 진료를 위해 헌신하며, 선·후배 간 비공식 멘토링과 팀워크를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이러한 ‘현장 적응력’과 ‘실전 중심 학습’은 한국 전공의 교육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다만, 교육 체계의 구조화 측면에서는 캐나다가 한발 앞서 있다. 역량 기반 교육(CBME)에 따라 각 수련 단계별로 달성해야 할 역량이 명확히 제시되고, 이에 대한 관찰·평가·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전공의 교육에 투입되는 교수진의 규모, 전담 시간, 보상 체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다. 심지어 교수 개인의 연간 업무 계획에 교육 비중이 명문화돼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사 평가와 재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스템을 한국에 곧바로 이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수진 규모, 시간 배분, 승급·진급 방식, 평가 체계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교육 전담 인력 확충, 교육 보호 시간 확보, 그리고 교육이 진료 수익에 가려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도 변화는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외 사례의 표면적 모방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과 구조를 깊이 분석해 한국의 현실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배울 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여러 전문가들이 좋은 방안을 위해 애쓰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번 의정 사태가 단순한 전공의 복귀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 정책 결정자와 의학교육자 모두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형 의학 교육 모델’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재정적 기반을 함께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의 장점을 참고하되, 한국의 현실과 조화롭게 접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발판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바람을 담아 의견을 개진한다.
이재헌 웨스턴 슐릭의대 교수webmaster@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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